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은경 전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직 장관급 인사가 법정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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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문제돼 아직까지도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소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가 현 정부에서도 반복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적폐청산'을 이유로 내보내고 '문재인 캠프' 출신 인사들로 채워가는 과정에서의 불법성이 인정됐다는 점도 청와대와 여권에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임정엽·권성수)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2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같이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겐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에서 구속시켰다.

 

 

최근 대법원 예규가 24년만에 개정돼 실형이 선고돼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법정구속을 하도록 바뀐 가운데,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을 구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하는 사람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하려 했으며 공공기관 지원자 및 국민들에게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며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도 부정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에서 구속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동부지법 "증거인멸 우려없다 불구속수사 하라"…2년 뒤 중앙지법 "인멸 우려있다 법정구속"

김 전 장관은 약 2년 전 검찰 수사단계에선 구속을 면했다. 2019년 3월 서울동부지검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당시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는 접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로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2년 전 동부지법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던 때와 달리, 이날 중앙지법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의 태도를 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증언과 관련 증거로 명백히 입증가능한 사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는 점에서 1심 유죄 선고 후 불구속상태로 두면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23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시켰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의 구속사유 판단과도 유사하다. 정 교수에 대한 선고에서도 재판부가 △심각한 수준의 증거 인멸 시도 △명백해 보이는 사실에 대한 부인과 허위 증거 제출 등을 기 이유로 꼽았다.

 

 

김 전 장관은 2019년 검찰 조사과정에선 "환경부 산하 임원 관련 동향 파악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부당한 압력 행사는 없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을 통해 산하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지시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공무원 시켜 산하기관 임원들 줄사표 내게 해…'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인정돼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임명제청권, 임명권 등의 인사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받을 직무권한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사표 제출을 요구하고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환경부 산하 공무원 및 지휘 감독하는 장관으로서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책임 또한 막중하다"며 "임원들의 사표 징수부터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될 때까지 전 과정에서 주도했고 내정자가 탈락하자 적격자 없음에 대해서 사표 징수를 목적으로 표적 감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청와대와 행정부가 내정자를 정한 적이 없고, 지원 행위는 자신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고 표적감사를 한 적 없다고 일체의 행위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김 전 장관의 책임회피도 양형사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정자 '서류탈락'하자 '적격자 없음'으로 아예 '안 뽑고' 청와대에 전후 보고

1심 판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도록 했을 뿐 아니라, 청와대와 환경부 몫의 '내정자'가 임명되도록 환경부 실·국장과 운영지원과 공무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지시하기도 했다.

 

 

내정자들에 대한 지원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졌다. 사전에 연락해 내정자에게 임원 공모 지원을 권유하고 공고문 및 내부자료를 제공해 주도록 하거나 환경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인 환경부 실·국장들이 임추위에 참석해 서류심사 또는 면접심사 과정에서 내정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했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몫의 임원에 대해선 청와대로부터 내정승인을 받은 뒤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거쳐 임원으로 임명했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 내정자인 박 모씨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 지시에 따라 이후 진행된 면접심사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적격자 없음'처리를 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기도 했다. 신 전 비서관은 이를 보고받은 뒤 승인했고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실제로 임추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이 의결됐다.

 

 

김태우, 청와대 특감반 폭로 과정서 불거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로 처음 시작됐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부 내부 동향 등이 담긴 정부부처 보고서' 등이 폭로되면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이 꾸려졌다. 자유한국당 측은 '문재인 캠프'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관련 문건을 폭로하면서 김 전 장관, 신 전 비서관 등을 고발했다.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산하기관 사퇴거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정황 문서도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동부지법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2019년 4월 불구속기소했고 그해 9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지난 1월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1심에서 징역1년형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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