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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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2월 4일 “차질 없이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이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못 내리고 출국했다고 밝힌 것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월 3일에는 일부 부품업체가 결제대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평택공장 생산이 중단됐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 쌍용차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2월 28일로 보류했다. 쌍용차는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회생 가능성은 있을까.

 

 

“미래 산업에 대한 준비가 너무 늦었다.” 쌍용차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쌍용차가 주력하는 디젤차와 SUV, 모두 이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디젤차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쌍용차 티볼리는 소형 SUV로 인기를 끌었지만, 현대차 베뉴, 기아차 셀토스, 폭스바겐코리아 티록 등 소형 SUV가 출시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임금구조는 부차적인 문제”한국 내수시장이 완성차 업체 5개를 감당할 규모가 아니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GM이나 르노는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내수시장에서 수요가 떨어져도 수출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쌍용차는 대부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실 한국은 완성차 업체 두개 정도가 딱 맞다”고 말했다.

 

 

강성 ‘노동조합’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노조 때문에 임금이 해외에 비해 높고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전 금감원장)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면서, 내연기관차 생산에 주력하던 업체들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임금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쌍용차가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쌍용차는 지난 11년 동안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언론에는 노사상생 대표기업으로 소개됐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지난 9년 동안 복직한 사람은 119명이고, 마힌드라가 경영한 시간 상당 부분 우리는 공장에 해고된 상태였다”며 “현재 공장에 4300명이 있는데 금속노조 지부 조합원은 17명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법정관리 이야기가 나오자 국책은행인산업은행이 ‘또’ 소환되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 인수 조건으로 자신들의 투자금에 상응하는 산은의 투자를 요구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5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HAAH오토모티브가 28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2200억원은 산은에 투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HAAH오토모티브는 잠재적 투자자일 뿐이다.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 의지가 없다. 현재 마힌드라는 가지고 있는 쌍용차 지분 75%를 모두 팔고 싶어한다. 그런데 HAAH오토모티브나 산은은 아직 쌍용차가 안정화되지 않았으니, 모두 떠안기는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김기식 소장은 “단기 유동성 문제라면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쌍용차는 책임지고 경영할 사람이 없다”며 “주인이 손 털고 나가겠다는 사기업에 정부가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도 “모기업도 투자를 안 하는데 산은이 어떻게 투자를 하나? 지원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필수 교수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노조에 제안한 조건도 사실상 엄청나게 파격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월 12일 매년 하고 있는 임금단체협약을 3년에 한 번 하는 것으로 바꾸고 흑자 전환 전까지 노조가 파업하지 않는다면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GM과 쌍용이 다른 이유과거 산은은 GM에 8000억원을 투입한 적이 있다. 그러나 GM과 쌍용의 상황은 여러모로 다르다. GM 본사도 65억달러(7조원) 규모를 지원한다고 약속했고, 당시 산은은 GM의 2대 주주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수출을 통해 생산효율성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구조지만 쌍용차는 다르다. 산은 지원으로 이번 위기를 넘긴다 해도 수익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에 매각된다면, 다 해결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역시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로 자금력이나 기술력 모두 완성차 업체를 운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HAAH오토모티브의 연매출은 2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쌍용차 직원들이 ‘졸속 매각’을 우려하는 이유다. HAAH오토모티브가 대대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몇년 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호근 교수는 “노조가 산은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를 결정해 HAAH오토모티브와 산은 모두 투자를 한다고 해도, 안타깝게도 쌍용차가 회생할 가능성은 적다”며 “신차 하나 개발에 3000억~4000억원 정도가 든다. 앞으로 매년 신차 개발비가 투입되고, 그것이 모두 히트를 쳐야 쌍용차가 살아날 수 있다. 이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도 “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 쪽으로 변하고 있는데 쌍용차를 비롯해 GM·르노삼성 모두 준비가 늦었다. 이 3개 회사는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번 쌍용차를 계기로 어떻게 연착륙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비슷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대량해고나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빠른 매각처’보다는 ‘적절한 매각처’를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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