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 노숙생활 하다 배고파 소주·과자 훔친 60대는 '재판행'
전문가 "상습범, 더욱 무거운 처벌 불가피..'죄의 굴레'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
"출소 후 자립 위한 지원, 사회복지제도 연결 필요..법무부·복지부 유기적 협력 중요"

 

2021년에도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실형까지 선고받는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형사부(김창평 이혜린 송승훈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지인을 협박해 3만원을 갈취한 혐의(강도)로 기소된 최모(46)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7월 술에 취해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쫓아가 깨진 소주병을 들고 협박해 피해자의 지갑을 뺏은 다음 현금 3만원을 가져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2018년에 최씨와 공범으로 범행을 저질러 함께 재판을 받기도 한 사이였다.

 

변호인에 따르면 최씨는 20년 전 교통사고로 엄지발가락이 절단된 후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과거에도 생계가 어려워 자잘한 절도·폭행 등 유사 전력이 있는 최씨가 이번에도 생계 곤란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연락할 가족도 없고 피해액도 작은 점을 참작해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글을 잘 몰라 반성문을 못 내는 점도 참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정을 들은 재판장은 "치료 기록과 의사 소견서, 기초수급자 자료 등을 제출하면 참고하겠다"며 측은한 심정을 보이기도 했지만, 판결은 엄중했다.

 

재판장은 최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범행의 경위, 수법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는 점, 절도나 폭력 등으로 다수 형사처벌 받은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불우한 과거가 있고 왼쪽 엄지발가락이 절단돼 생계 곤란을 겪었는데 이런 상황들이 절도 등 범행을 반복하게 하는 원인으로 보인다"며 "모든 사정을 종합해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온 최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갔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식료품을 훔친 노령의 노숙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모(68)씨는 1년 전 교소도에서 출소한 이후 노숙 생활을 이어왔고 지난 3월 서울 중구 을지로 부근의 한 편의점에서 소주 1병과 과자 1개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다른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훔친 혐의가 3건 더 있었다.

 

정씨 측 변호인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과거 여러 차례 절도를 저질러 재판을 받았다"며 "노숙 생활을 하다 소주가 먹고 싶어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가 크지 않은 점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안타까운 생계형 범죄라도 처벌 자체를 피할 수 없고, 특히 '상습 범죄'라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진규 파운더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초범이라면 상황이 참작돼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고 생계형 범죄의 경우 벌금형도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지만, 누범이거나 상습범인 경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생계형 범죄라도 상습범에게는 처벌을 유예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생계 곤란으로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죄의 굴레'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고, 전과자들이 모범시민으로 사회에 돌아올 수 있도록 교정행정시스템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정당국에서도 출소 전 직업훈련, 심리상담 등 활동을 확대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지원하고, 출소 후에 또다시 생계 곤란에 빠지지 않도록 각종 사회복지제도를 연결해야 한다"며 "생계형 범죄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법무부와 복지부의 유기적 협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